靑雲 / 황보 완
모든 사물은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는
생명의 유한성(有限性)을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사람의 일생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 종착역을 향해 질주하는 긴 레이스이기에
어찌보면 늙는다는건 자연의 순리요
고귀한 생존법칙에 순응하는 과정이라 할수있다.
프랑스의 소설가 로망롤랭의 말처럼
인간의 긴 여행은 왕복표를 발행하지 않기에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생명에 대한 애착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갈망하는 마음은 변함이없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나는 이미 유행이 지난 39년형 낡은 구형 차량이다
그동안 수많은 난폭 차량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조심스러운 방어운전과 비교적 교통법규를 잘 지키며
가난으로 포장된 돌자갈밭 비포장 시골길에서 부터
풍요가 넘치는 도시의 아스팔트 길에 이르기 까지
긴 인생로정(人生路程)에 큰 사고없이 정도(正道)를 달려와
지금은 비록 시속72Km의 느린 속도지만 운좋게
21세기 밀레니엄(millennium)의 대열 후미에 끼어
새 물결에 뒤질새라 열심히 신 가도를 달리고 있다.
돌아보면 때로는 예기치 못한 타이어 펑크와 기름이 바닥나
일시 주저앉아 당황하며 시련을 격기도 했지만
인생의 고갯길을 달려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슬기롭게 분별하고 판단하여 큰 사고없이
비교적 안전하게 평탄한 길을 주행해 온걸 생각하면
하늘의 도우심인지, 조상의 은덕인지 그저 감사할 뿐이다.
원천적으로 타고난 몸체가 부실하여
가끔씩 정비공장을 들락거리면서 점검과 수리도 했지만
그동안 비가오나 눈이오나 광풍이 불어오나
쉬임없이 달려오느라 마모(磨耗)가 다 된 두 바퀴,
희노애락의 이성과 감성이 교차하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선악(善惡)의 신호등을 구분하며
주행과 정지. 가속과 서행
속도의 완급조절을 위한 적절한 기어변속을 하면서
탈선을 예방하고 무사고로 인생가도를 달려오게한
의지와 인내의 악셀레타와 브레이크.
내가 가야할 방향과 인생의 지표를 네비게이션해 준
예지(銳智)의 깜박이와 각종게이지, 빽 밀러등과 같은
모든 중추신경의 기능들에 감사하지 않을수 없다.
늙는다는 건 나이탓이 아니라 꿈과 열정을 상실할때
찾아오는 현상이라고 말한 사무엘 울만의 말처럼
비록 낡은 차량이지만 스스로 의욕을 상실하지 않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건전한 사고(思考)를 통해
과속의 허황된 야망과 과소유의 욕망에서 벗어나
만나는 사람마다 행복미소를 나누며 살고 싶다.
황혼의 인생은 오래 사는것 보다
건강하게 사는게 가장 큰 목표이기에
수명이 다하는 날 까지는 조이고 닦고 기름칠해서
주행중 불의의 고장으로 외로이 멈춰서는
불행한 신세가 되지않고 행복한 안전운행을 위해
가끔씩 정비공장을 기웃거린다.
낡은 차량일수록 정비는 필수과제 이기에--
2010. 7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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